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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oruen

데스페라도 × 에소루엔로시스 × 제너럴

※ 마피아 AU

 

뱀굴에 손을 넣을 때는 남의 손을 빌려라.

 

데스페라도는 제 할일을 처음 들었을 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제가 맡을 역이 얼마나 추잡하고 더러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미움 받는 역. 배신자를 처리하는 사냥꾼. 10살도 되지 못한 나이에 조직에 주워져, 변성기도 오기 전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정장을 받은 그는 자신의 역할이 썩 마음에 들었다. 미움 받는 역은 익숙하다. 그러니 배신하면 제 마음대로 죽여 버릴 수 있는 이 자리만큼 제게 알맞은 게 있을까.

‘좋겠다, 나도 정장 입고 싶어’

자신보다 조금 어렸던 루엔은 조직의 일원이 된 증거로 받은 제 정장을 보며 눈을 반짝였었다. 자신처럼 주워온 아이가 아닌 조직원들의 아이였던 그녀는, 나이만 어릴 뿐이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조직원이나 다를 게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막 인정받은 자신보다 더 조직의 일원 같은 존재였지. 처음으로 새까만 슈트를 입은 어색함 보다 그녀의 부러움 가득한 눈빛이 더 신경 쓰였던 데스페라도는 어깨를 으쓱이고 물었다.

‘정장이 입고 싶은 거야? 조직원이 되고 싶은 거야?’
‘둘 다. 이왕이면 후자’
‘어차피 곧 입을 거잖아. 나보다 더 좋은 자리로 받아서’

자신은 연고도 없는 고아니 처리반이나 된 거지, 제대로 조직원인 부모를 둔 그녀는 조금 더 깔끔한 일을 할 것이다. 사람을 죽여도, 그게 같은 조직원일 경우는 별로 없겠지. 제가 이 자리를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서, 배신자를 쫓는 사냥꾼 역은 언제나 ‘나쁜 자리’였다. 최악의 경우엔 배신자에게 죽거나, 조직에서 처리될 수 있었으니까.

‘데스페라도, 여기서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는 없어’

하지만 그녀는 데스페라도의 말에 예상치도 못한 현명한 답을 내놓았다. 도저히 어린 애의 입에서는 나왔다고 믿기 힘든, 냉정한 대답을.

‘이 조직 안에선 위험한 자리와 더 위험한 자리가 있을 뿐이야’

아아, 그녀의 말은 정말이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20대 후반에 접어든 데스페라도는 거의 다 타들어간 담배를 바닥에 버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청승맞게 떠올려 버린 건 왜였더라. 처리한 조직원을 근처의 하수도에 밀어 넣기 위해 발길질을 하던 그는 드러난 시체의 얼굴을 보고 겨우 이유를 기억해 냈다. 이 조직원, 분명 제게 처음 입을 그 정장을 준 남자였다.

‘어쩌다가’

안타깝다거나 연민을 느낄 만큼 자신은 올바르지 않았다. 드는 생각이라곤 어쩌다 조직을 배신하게 되었나 하는 정도의 가벼운 호기심뿐이지. 사실 이 호기심도 제가 아는 얼굴이 아니었다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이미 적이 된 옛 동료를 처리하는 건 밥 먹는 것 보다 익숙한 일이었으니까.
풍덩. 깊이도 알 수 없는 더러운 물에 시체를 던진 그는 다시 담배를 꺼내 물고 핸드폰을 꺼냈다. ‘했어’ 주어가 생략된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보낸 그는 답장이 올 때 까지 벽에 기대 시간을 죽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처음 정장을 받은 건 언제였지. 남아있는 옛 생각이 여유를 틈타고 스멀스멀 다시 기어 나왔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루엔이 정식으로 조직원이 된 건 자신이 정장을 입고 난 뒤 2년 정도 흐른 후였을 것이다.

‘어때? 데스페라도. 예뻐?’

그녀가 처음으로 죽인 상대는 우연히 조직의 정보를 알아버린 일반인이었다. 아직 어리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해, 몰래 상대에게 다가가 독이 든 초콜릿을 건넸다고 했다. ‘어차피 시체는 돈을 잔뜩 먹이고 있는 경찰이 처리할 테니 이런 살해도 가능한 거지’ 그렇게 말하는 루엔은 썩 기뻐보였다. 

‘잘 어울리네’

무릎 조금 위까지 오는 스커트, 새빨간 넥타이. 그녀가 입은 정장은 조직의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입고 있는 평범한 슈트였지만 어째서인지 제 눈엔 유난히도 예뻐 보였다.
담배의 3분의 1 정도가 타들어 갔을 즘 문자의 답장이 도착했다. ‘6시 D 레스토랑 VIP 룸’ 또 일인가, 라는 생각이 잠깐 떠올랐지만 이 레스토랑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레스토랑이다. 단순 식사, 혹은 자세한 지령을 내리기 위한 자리 정도겠지. 한숨을 푹 내쉰 데스페라도는 구정물에 비치는 제 모습을 정돈하고 자리를 떴다.

레스토랑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분명 불이 켜져 있고 사람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통째로 빌린 건가.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자신들이 관리하는 레스토랑인데, 하루 쯤 완전히 빌려도 무슨 일이 나겠는가.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데스페라도를 알아본 직원은 그를 VIP룸으로 안내했다. 누가 와있을까. 어차피 제게 일을 내려주는 간부는 정해져 있었지만 굳이 식사자리 까지 잡을 정도면 손님이 더 와있겠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방으로 들어간 그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왔어? 데스페라도. 늦었어”

자신을 반기는 얼굴이 퍽 반갑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루엔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데스페라도는 그녀에게 다가가려다가 상석에 앉아있는 얼굴을 보고 정색하고 말았다. 

“아무리 반가워도 저에게 먼저 인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데스페라도”

누가 불렀나 했더니, 제일 얼굴 보기 싫은 사람이었군. 데스페라도는 자신을 향해 넌지시 묻는 제너럴에게 마지못해 목례했다. 조직의 2인자. 보스의 하나뿐인 아들. 그리고 자신과 그녀의 소꿉친구인 제너럴은 분명 사냥꾼인 제가 막대해도 좋은 상대는 아니었지만… 어디 그가 남의 눈치를 보던 사람이던가.

“왜 불렀어?”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참 말이 짧군요”
“알면서 뭘 말해? 꼬우면 배 째던가”

다분히 공격적인 말투지만 제너럴은 화내지 않는다. 정말로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화 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루엔과 태어나서부터 쭉 같이 커온 탓일까. 조직에 들어왔을 때부터 제너럴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데스페라도는 그가 언더보스가 아니던 시절부터 쭉 저렇게 거친 말을 내뱉었다. 물론 데스페라도가 그에게 반발하는 것은 단순히 그녀와 조금 더 오래 보낸 세월을 질투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루엔과 더 가까운 관계인 건 데스페라도였고, 그녀는 언제나 두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이 반항은 ‘핏줄을 잘 타고 나 높은 자리에 앉은 권력’에 대한 것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지.

“당신과 엔에게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일단 앉죠. 두 명 정도 더 올 겁니다”
“블래스터랑 마이스터인가?”
“네. 마이스터는 조금 늦는다고 했지만 블래스터는 곧 올 테니 기다리죠”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어지간히도 개인적인 일인 모양이다. 데스페라도는 루엔의 바로 옆에 앉아 아직 주인이 오지 않은 자리들을 지그시 보았다,
지금 이 식사자리에 불려온 사람들은 모두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이다. 자신과 블래스터는 시기만 다를 뿐 조직에서 주워졌던 고아들이고, 마이스터는 조직의 아이였기에 제너럴이나 루엔처럼 정장을 받기 전부터 알던 사이였지. 지금은 각자 역할이 달라져 버렸지만, 긴 세월을 함께 한 것에서 오는 신뢰는 여전했다. 물론 그 신뢰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언더 보스나 되는 녀석이, 다른 조직원들 눈을 피해 우리에게만 일을 준다는 건…’

실패하면 좋을 게 없는 일이겠지. 다섯 명 모두에게 말이다. 물론 제가 제일 위험한 역할을 받을 예정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등받이에 몸을 기댄 그는 제 옆에서 제너럴만을 보고 있는 루엔에게 손을 뻗었다.

“저 기생오라비가 뭐라던? 뭐 들은 거 없어?”

말은 사무적이지만, 손짓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길게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를 손으로 빗으며 아직 찬 공기가 가시지 않은 귓불을 만지는 데스페라도는 손길이 닿고 나서야 제게 시선을 돌리는 루엔이 은근히 웃고 있는 걸 놓치지 않았다.

“없어. 나도 온지 얼마 안 되었는걸?”
“정말?”
“당연하지. 난 너에겐 거짓말 안 해. 데스페라도. 아니면 걱정했어? 나랑 언더보스가, 단 둘이 있는 동안 뭘 했을까봐?”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제군. 그는 실소하고 말았다.
지금 조직에서 가장 유능한 첩보원이자 감언이설의 달인인 그녀는 어릴 때부터 제 마음을 이렇게도 애타게 만들었다. 천성에 가까운 특기. 사람의 마음을 이용할 줄 아는 그녀는 협상가이자 암살자로서 조직 안에서도 꽤나 신뢰받는 인물 중 하나다. ‘루엔이 없었다면 넘어가지 못했을 일도 있었지’ ‘좀 얄밉지만, 그 얄미움이 조직에 도움이 된다면야’ ‘언더보스가 아끼는 게 마냥 그 얼굴만은 아니니까 말이야’ 주변의 평가들을 하나 둘 떠올리던 데스페라도는 의자를 당겨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 뒤로 시간 있어?”
“저녁 먹은 후? 있어. 오늘은 한가해”
“같이 한잔 하러 갈까?”
“단 둘이서?”

점점 가까워지는 얼굴, 그리고 그에 비례해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 무슨 비밀이야기라도 나누듯 소곤거리는 모습이 거슬린 걸까. 가만히 있던 제너럴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엔, 잠깐 이쪽으로”

누가 봐도 명백하게 방해나 놓으려는 거지,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부르는 건 아니다. 루엔은 그걸 잘 알았지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잠깐만’이라는 말만 남기고 제너럴의 곁으로 가버렸다. ‘저 새끼가’ 인상을 팍 찌푸린 데스페라도는 참지 못하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금연구역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전세 낸 건데.

“왜 그래요? 제너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그녀는 쉽게 제너럴에게 귀를 내어준다. 뭔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는 걸까. 진지한 얼굴로 제너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엔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런 기분이었나’ 데스페라도는 방금 전 자신과 루엔을 보고 있었을 제너럴의 심정을 단박에 이해했다. 물론 이해했다는 건 감정 뿐, 그 감정을 똑같이 되갚아 준 것까지 이해한다는 게 아니었지만.

“뭐야, 분위기 왜 이래?”

곧 올 거라던 블래스터는 꽤나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했다. 일이라도 하고 온 건지 화약 냄새를 잔뜩 몰고 온 그는 제 소꿉친구들이자 동료들인 세 사람을 슥 둘러보고, 악의 없는 한마디를 던졌다.

“너희 또 루엔가지고 신경전이냐. 나이가 몇인데 그래?”
“닥쳐”
“그런 거 아닙니다”

단호한 대답들에 웃을 수 있는 건 루엔뿐이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그녀는 막 도착한 블래스터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아까 못 다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단 둘이 마시러 가자는 거지?”
“그래”
“좋아. 오랜만에 단 둘이 시간 내는 건데 내가 어떻게 거절하겠어?”

그래. 그거면 됐지. 드디어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들은 데스페라도는 담배를 끄고 웃었다. 흠흠. 헛기침을 한 제너럴은 방 안에 가득한 연기에 손을 저으며 입을 열었다.

“블래스터도 왔으니 슬슬 이야기 해 두는 게 좋을 거 같군요. 오늘 여기 부른 이유 말입니다만…”
“요점만 간단히 말해. 괜히 사정 같은 거 말하지 말고”
“…알겠으니 말 좀 자르지 마세요, 데스페라도”

‘또 싸운다, 또’ 어린 시절부터 본 익숙한 광경에 블래스터가 중얼거렸다. 물론 그의 중얼거림은 혼잣말이라고 하기엔 너무 컸기에, 당사자 두 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엔 충분했다.

“그럼 누구누구 씨가 부탁한대로 요점만 말하겠습니다. 죽일 사람이 있는데 조직에서 모르게 움직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들만 부른 겁니다. 아버지 사람이라기 보단 제 사람들 중에서도, 비밀을 지켜줄 사람들만”
“죽일 상대는 누구에요?”
“이 남자입니다만…”

제너럴이 테이블 가운데로 내민 사진 속에는 눈에 익은 남자가 찍혀있었다. ‘진심이야?’ 그렇게 묻는 얼굴로 블래스터가 제너럴을 봤지만 그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언더보스의 타깃으로 지목된 남자는 조직의 간부 중 하나였다. 보스에겐 믿음직한 친구이자 부하이고, 자신들에겐 어릴 때부터 봐왔던 상사인 그가 어쩌다가 차기 보스인 그의 미움을 산걸까. 언제나 이유 같은 건 묻지 않는 데스페라도였기에 이번에도 토를 달지는 않았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사실 이 자리에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사람 같은 건 없지만…

“나는 언제나 네 편이긴 하지만, 왜 죽이려는 지 정도는 물어봐도 되겠지? 언더보스”
“아버지의 물건을 슬쩍했습니다. 정확하게는 아버지가 제게 주려던 물건을 말이죠. 그건 제 물건이니까 돌려받고 싶습니다. 이자를 붙여서”

존댓말로 조곤조곤 말하는 주제에 내용은 살벌하기 그지없다. 제너럴은 저런 점이 무서운 남자였다. 생긴 것은 고급 정장이 잘 어울리는 도련님, 언행은 불법조직의 후계자라기 보단 유럽 귀족의 자제 같은 품위가 있지만 결국 머릿속은 피와 총성으로 얼룩져있다. 외견은 천사일지 몰라도, 결국 그도 악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거지. 주변 환경의 탓도 있지만, 보스의 그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그럼 죽여야지. 그렇지, 응?”
“블래스터 말이 맞아. 아무리 내부인 이라 해도 주인 목을 물려는 개는 죽여야지”
“…계획은?”

전원 동의했다. 이 자리엔 없지만, 마이스터도 아마 동의할 것이다. 이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두가 그리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럴 것이었으니까. 사진을 도로 품속에 집어넣은 제너럴은 근처에 혹시 종업원이 돌아다니지는 않는지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자세한 지령은 마이스터가 오고 난 후 말씀드리죠. 간단하게만 말하자면 마이스터가 적절한 시기를 만들어 주면 엔이 밑밥을 깔고 블래스터가 시야를 돌린 다음 제가 죽입니다”
“그럼 내 역할은?”
“데스페라도는… 물어다 주면 됩니다. 타깃을. 당연하지만 그 자리서 바로 죽일 생각은 없거든요. 누가 볼 지도 모르고…”

거 봐라. 제가 제일 위험한 역할 아닌가. 데스페라도는 질렸다는 듯 머리를 헝클였다. 자신은 안전이 보장 된 자리에서 부하가 먹이를 물어오기만 기다리겠다니. 원래 우두머리는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지만 상대가 제너럴이다 보니 괜히 속이 끓는다.

“뱀굴에 손을 넣을 때는 남의 손을 빌려라, 인가”
“이거 섭섭하네요. 저희가 남이었습니까, 데스페라도?”
“차라리 남이면 좋겠군. 얼굴 한 대만 갈기게”

정장 옷깃에 달린 조직의 배지를 만지작거린 데스페라도가 농담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소릴 중얼거렸다. 킥킥. 이번에 웃은 것은 루엔이었다. ‘뭘 웃어?’ 그리 말하려던 데스페라도는 그녀를 보았다가 그 가슴팍에 달린, 제 것과 같은 배지를 보고 입을 닫았다. 자신들을 연결하는 끈. 남이 아니라는 증거. 데스페라도에게 정장과 배지는 그런 의미가 담긴 물건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있기 때문에, 자신은 이 조직에 애착을 가지게 된 걸지도 모르지. 잔소리 하려던 마음이 사라진 그는 그냥 루엔을 향해 웃어보였다. 
루엔은 그 미소에 의문을 가지지도 않고, 똑같은 미소를 되돌려 주었다. 자신도 같은 생각을 한다는 듯. 생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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