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별사탕

마츠노 오소마츠 × 이마하라 나오코

7 O'Clock

 

*마피아물 어렵습니다 범죄 세계 잘 모름
*오글거림 쓰고 있는 제 손발이 없어졌습니다

 


7:00 AM.

마츠노 오소마츠가 눈을 뜬다. 그는 숨을 몰아 내쉬고, 제 옆의 연인이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고서, 다시 눈을 붙인다.

7:57 AM.

이마하라 나오코가 눈을 뜬다. 그녀는 잠시 좁은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적응시키기 위해서 눈을 깜빡이다가, 기지개를 편다. 온 몸의 근육과 뼈마디가 비명을 지른다. 뻐근한 목에 몸을 일으키기 싫지만 그녀는 이내 침대 밖으로 나온다.

8:11 AM.

오소마츠가 다시 잠에서 깬다. 그렇지만 그는 푹신한 호텔 침대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는지 배개를 꼭 붙들고 침대에서 나가지 않는다.

8:32 AM.

나오코가 목욕을 끝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온다. 아직도 침대에서 나오지 않고 다시 곯아떨어진 오소마츠를 그녀는 한심하게 쳐다보고는, 자신의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된 저 남자를 한 대 때릴까 고민하지만 이내 마음을 유하게 먹고 그를 흔들어 깨운다. 젖은 머리에서 물방울이 매끈한 얼굴 위로 떨어진다. 오소마츠는 그 차가움에 몸을 뒤척이다가, 한 쪽 눈만 뜨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는 씩 웃는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좁힌다. 몸을 제 쪽으로 돌리는 게 일어나려고 하는가 싶더니, 이내 아직도 목욕 가운 차림인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 침대 안으로 끌어들인다. 나오코는 작게 소리를 지르며 맥없이 딸려간다.

8:36 AM.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오소마츠가 침대에서 나온다. 아마 만화였으면 머리에 혹 두어개나 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오코는 화장대 앞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다. 오소마츠는 방금 전까지도 손 끝에 느껴졌던 살의 감촉에 입만 다시며 화장실로 마지못해 들어간다.

8:45 AM.

나오코는 하얀 색 셔츠만 입은 채로 스타킹을 신는다. 오소마츠는 진한 빨간색 와이셔츠를 꺼내 입는다. 나오코는 자꾸 시계를 확인한다.

8:50 AM.

나오코는 회색 A라인 스커트와 흰 블라우스, 그리고 위의 블레이저까지 갖춰 입고는 오소마츠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며 운전사에게 문자를 보낸다. 오소마츠는 뭐가 그리도 여유로운지 휘파람을 불며 소매 단추를 잠근다. 어차피 나중에 풀어 버릴 거면서, 나오코는 생각한다. 재킷을 대강 걸치며, 그는 검은색 넥타이를 꺼내서 잠시 그것을 빨리 매지 않고 손에 들고 있는다. 그러다 그녀 쪽을 보며 씩 웃는다.

 “매줘.”

 “시간 없어.”

 “안 매주면 안갈거야.”

 나오코는 한숨을 푹 쉬고는, 어차피 거절해도 할 때까지 떼쓸 위인인 것을 알기에 다가간다. 많이 해본 일인 듯, 능숙하게 매듭을 만들고 재빨리 모양을 갖춘다. 오소마츠는 얼굴에 가득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내려다본다. 이윽고 그녀는 가자, 하고 그의 가슴팍을 손등으로 툭 친다. 오소마츠는 뒤돌아가는 그녀의 뒤에 따라붙어서는 작은 체구를 꼭 끌어안는다. 나오코는 잠시 멈춰 있다가, 어깨를 두르는 팔에 한 손을 올리고 문을 나선다.

8:56 AM.

너무 눈길을 끄는 리무진 안 서로의 옆자리에 앉은 둘은 가는 내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업무에 관한 이야기고, 나오코는 그 날의 스케줄을 읊어준다. 오소마츠는 주로 일하기 싫네~ 같은 소리나 한다. 느긋하게 등을 기대고 눈을 반쯤 뜨고서는 그녀의 한 쪽 손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오코는 계속해서 오늘 할 일을 읽는다. 패기넘치게 올-캔슬! 하고 외치고 싶지만, 오소마츠는 그렇게 했다간 시코마츠에게 일주일 어치의 잔소리를 들을 것을 안다.

9:07 AM. 

둘은 사무실에 도착한다. 신문을 보고 있던 쵸로마츠가 눈도 떼지 않고 “늦었네,” 하고 짧게, 별 감정 없이 말한다. 그러나 나오코를 원망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소마츠가 10분~20분 늦는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거와, 그의 고집을 꺾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오코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는다.

9:58 AM.

나오코는 결제할 서류를 분류하고 있다. 오소마츠는 그 옆에 앉아서 카라마츠가 던져준 계약서를 곁눈질로 읽고 있다.

10:08 AM.

그녀는 대표자인 오소마츠가 싸인해야 할 문서를 그에게 넘겨준다. 오소마츠는 펜을 꺼낸다.

11:59 AM.

오소마츠는 큰 계약건이 있어서 나갔다. 성공하면 확장에 큰 도움을 줄 것이었으나, 쵸로마츠는 상대 조직이 신뢰도가 떨어져서 왠지 기분이 찝찝하다고 했다. 뒤통수를 칠 것 같다는 말이었다. 쵸로마츠가 그렇게 말했을 때, 실제로 그것이 일어난 적은 꽤 많아서 나오코는 인상을 찌푸렸다. 오소마츠는 혼자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허세를 부리며) 거절했으나, 결국 그의 뒤에는 이치마츠와 카라마츠, 그리고 말단 두 명이 따라붙었다. 

 토도마츠는 뭔가 할 일이 있다며 아까 전에 나갔다. 쥬시마츠와 쵸로마츠, 그리고 나오코만 남은 조용한 사무실 안에 천장에 붙어있는 금색 선풍기가 돌아가는 단조로운 소리만 들린다.

나오코는 문득 그 없이 이 세상이 얼마나 지루한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12:26 PM.

시간이 꽤 지나서 슬슬 배가 고파졌다. 출출하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쥬시마츠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배고프지 안슴까!!!” 하고 외친다. 쵸로마츠는 책상이 흔들리는 충격에 부딪혀 아래로 내려간 안경을 엄지손가락으로 올리며, “응, 그러고 보니 그러네. 점심 먹을 시간이네. 쥬시마츠, 뭔가 사올래?” 라고 말한다. 나오코는 고개를 들어 궁금한 표정으로 쵸로마츠를 쳐다본다. “에, 쵸로마츠 씨, 같이 나가서 먹지 않을래요?” 그녀는 묻는다. 그는 손을 내젓더니 안경을 벗었다. “아, 아니, 먼저 먹어요. 문서 작업이 쉽게 끝나지가 않네요.” 나오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쥬시마츠에게 고개를 돌린다. “쥬시마츠, 나갈까?” 그는 신나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오코는 그녀의 재킷을 챙긴다.

12:43 PM.

쥬시마츠가 격렬하게 마트 안으로 들어간다. 나오코는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그를 천천히 따라간다.

12:45 PM.

오소마츠가 계약 장소에 도착한다. 꽤 긴 여정에, 그는 하품을 하며 몸을 쭉 늘이고는, 홀몸으로 들어간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들어가려고 하지만, 장남은 고개를 저으며 “무슨 일 있으면 말할 테니까, 알았지?” 하고 창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둘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12:51 PM.

나오코는 샌드위치나 만들까, 하면서 샐러드 부분을 둘러본다. 

12:53 PM.

오소마츠는 게으르게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문득 주머니에 넣어둔 총이 무게감을 발한다. 어두침침한 창고 안에는 어딘가에 물이 고인 곳이 있는지 - 폐양식장인가? - 퀴퀴한 냄새가 난다. 밝은 조명이 한 군데만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추고 있다. 오소마츠는 이 모든 상황이 과장된 느낌에 한 쪽 눈썹을 올리며, 어이구, 느와르 영화 나셨네. 라고 생각한다. 조명이 비추고 있는 곳에는 커다란 덩치가 두 덩치를 뒤에 두고는 앉아있다. 오소마츠는 그쪽으로 걸어간다.

그의 뒤에서 철컥, 하고 문이 잠긴다. 

12:55 PM.

쥬시마츠가 카트를 끌고 달려온다. 나오코는 그에게 카트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12:59 PM.

오소마츠는 장정 한 명이 권해준 의자에 앉는다. 팔짱을 느슨하게 끼고, 다리를 쭉 뻗은 채로 앉아있는 그를 보며 상대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뒤의 사람이 종이 몇 장을 건네준다. 오소마츠는 한숨을 푹 내쉬며 종이를 집어 들고 내용을 훑어본다.

1:02 PM. 

카라마츠 앞에 널린 담배꽁초가 들어간다. 이치마츠는 초조하게 발을 구른다. 탁, 탁, 탁 하는 소리가 예민하게 신경을 찌른다.

1:05 PM.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상대편의 보스가 시간이 지나자 조바심에 못 이겨 말을 꺼내려고 했을 때, 오소마츠는 하얀 종이 뭉치를 책상에 탁 내려놓는다. 시선들이 그에게로 일제히 돌아간다. “최악이네, 그거.” 오소마츠는 와이셔츠의 옷 매무새를 만지며 감상평을 말한다. “아니, 내가 난독도 아니고, 이렇게 죄다 미묘하게 그쪽으로만 좋게 만들면 우리 쪽은 대체 어쩌라는 건지~?” 그는 반쯤 뚠 눈으로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른데 가서 알아봐, 아저씨.”

 오소마츠는 뒤를 돌아 천천히 걷는다.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하나, “그러고 보니까,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아, 너희들 같은 부류들에 대해서.” 그는 느릿하게 소매의 단추를 푼다. 구두굽이 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창고를 울린다. 둘, “우리 쪽 정보통이 워낙 좋아야 말이지. 하여튼 그런 사람들이 이 쪽에 끼어들려고 발악하고 있다고, 그러더라고?” 오소마츠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마지막 숫자를 센다. 셋. 몸을 한 쪽으로 재빨리 튼다. 총알이 목 언저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친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총을 들고 있었다. 표정은 그야말로 최저. 그는 씩 웃는다.

 “.......문도 잠궈놓고 혼자 감당도 못해서 부하나 잔뜩 데려왔으면서 숨겨놓는 비열한 녀석들이 말이지?”


1:07 PM.

총성이 아득하게 들린다. 카라마츠는 쭈그려 앉아있던 자세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치마츠도 그것을 들은 듯 바닥에 눕혀놨던 바주카포를 든다. 카라마츠는 문고리를 돌리지만 당연하게도 그것은 잠겨있다. 문 사이에 틈은 없다.

1:11 PM.

그 첫 발을 시작으로 어둠 속에 숨어있던 남자들이 우르르 나온다. 오소마츠는 느긋한 척 컨테이너 박스 쪽으로 천천히 뒷걸음질 치면서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한다. 15? 20? 그는 오른쪽을 본다. 아니, 25. 카라마츠가 적당히 빠른 시간에 들어오면 승산은 있다.

 오소마츠의 소총이 연타로 보스 뒤에 있던 두 장정들에게 총알을 발사하고, 동시에 그는 안주머니에서 수류탄을 던진다. 오케이, 저걸로 5명은 됐고, 동시에 자신을 향해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미끄러지듯 컨테이너박스 뒤로 들어간다. 총알들이 컨테이너 박스의 철에 맞아 튕겨나는 소리가 귀를 에워싼다. 오소마츠는 제 뒤에서 접근하는 데에 성공한 한 사람의 심장에 조준한다. 피가 얼굴에 튄다.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는 총 없이 달려온 두 사람을 넘어트려 제 뒤에 있는 썩은 물속으로 처박는다.

1:14 PM

이치마츠가 입구에 바주카포를 조준한다. 파열음이 고막을 터트릴 듯 울리고, 섬광이 시야를 잠시 점멸한다.

연기가 나오고 있는 구멍 사이로 지옥이 펼쳐진다.

1:15 PM.

나오코와 쥬시마츠가 재료를 사서 노래를 부르며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1:18 PM.

카라마츠는 기관총으로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목표를 쏴댄다. 선글라스를 총탄 먼지가 하얗게 덮고, 그는 발밑에 쌓인 시체를 넘어가면서 먼지를 정장 소매로 닦아낸다. 이치마츠는 목을 조준해서 사격하고 있다. 둘은 적을 적당히 처리하고 컨테이너 박스가 쌓여있는 쪽으로 재빨리 뛰어간다.

한편 오소마츠는 다섯 명과 대치 중이다. 소총 하나, 권총 둘, 그리고 총 없는 놈이 둘, 따로 따로면 상대할 수 있겠지만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위치가 드러난다. 오소마츠는 심호흡을 하고, 소총을 겨냥한다. 그는 카라마츠와 이치마츠가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 - 그리고, 문득, 컨테이너에 빗발치는 총알이 확연히 줄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는 미소 짓는다. 그는 망설임없이 소총을 든 자를 쏜다. 거대한 체구가 픽 쓰러지고, 나머지가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그들도 함께 쓰러진다. 

 오소마츠는 컨테이너에서 몸을 틀어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씩 웃는다.

“횽아 기다렸다구?”

“무모한 도전은 좋지 않아 brother!"

이치마츠는 그저 제 발목을 잡는 끈질긴 시체에 체, 하고 다리를 털어낸다.

1:20 PM.

밖으로 나온 카라마츠는 쵸로마츠에게 전화를 건다. 뒤따라 나온 오소마츠는 어째서인지 굳이 보스의 머리채를 끌고 나온다.

1:21 PM.

나오코가 만든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고 있던 쵸로마츠는 잠시동안 켁켁 대다가, 수화기에 대고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주로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 의 류. 나오코는 한숨을 쉬고, 쥬시마츠는 점심시간이 줄어들 것을 예감한 듯 샌드위치를 입 안으로 서둘러 쑤셔 넣는다.

2:51 PM.

쵸로마츠는 토도마츠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있냐고 묻는다. 그리고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이치마츠에 대해서 말한다. 

토도마츠는 흐음- 하고 고민하는 척 하다가, “형들 죽었어?”

쵸로마츠는 안 그래도 예민한 상태에서 미간을 문지르며, “아니, 그래도-”

“아니면 심각하게 다쳤다거나,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거나, 불구가 되었다던가, 그런거야?”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

“헤에- 그럼 나 안갈래~ 형들 싸움하고 오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내가 일일이 가서 확인할 필요 있나? 그리고 거래처에 데스크 직원, 완-전 귀엽거든~ 그럼 바이바이~”

하고 끊긴 전화에 쵸로마츠는 조용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드라이 몬스터....... 

3:09 PM.

나오코와 쵸로마츠, 쥬시마츠가 도착한다. 오소마츠는 나오코가 차에서 내리자 잡고 있던 남자의 머리채를 바닥에 내팽겨치고 바로 뛰어와 그녀를 안는다. “나-오-코-” 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라도 하듯이 목덜미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쉰다. 나오코는 그의 어깨를 잡고 잠깐 밀어낸 다음에 그의 몰골을 살핀다. 옷은 조금 찢어졌고 피가 굳어있지만 딱히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여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미 말라붙은 핏자국이 얼굴을 수놓은 것을 보고, 나오코는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에게 건낸다. 오소마츠는 씩 웃으며 네가 해줘, 라며 얼굴을 내민다. 나오코는 다치지 않고 돌아온 대가로 군말 없이 그의 얼굴을 닦는다. 붉은 피가 하얀 천에 물든다. 그녀는 발돋움해서 선 뒤 깨끗해진 이마에 짧은 키스를 놓는다. 오소마츠가 얼떨떨한 듯이 눈을 깜빡이다가 뒤돌아 나가는 그녀의 등에 기댄 뒤 그녀의 뒷목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린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면, 오소마츠는 너무 커다란 미소를 짓고 있어서 나오코는 그의 얼굴이 반으로 접히는 건 아닌지 잠시 걱정한다. 나오코, 그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응? 하고 부드럽게 대답하면, 그가 묻는 것은 가관이다. 나 하고 싶어졌어. 한 판 할까?

자신의 보스가 비서에게 한 대 맞는 모습을 보고도 쵸로마츠는 쌤통이라고 생각한다.

3:48 PM.

사무실로 다들 돌아가서 카라마츠, 이치마츠, 오소마츠가 씻고 나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에는 토도마츠가 왠지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가 한탄하는 이유는 결국 그 귀여운 데스크 직원이랑 잘 안됐던 것이었다. 앉아있던 쵸로마츠는 들고있던 펜을 그의 동글동글한 뒤통수에 집어던진다. 아!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결국 막내는 생글생글 웃고만다.

4:23 PM

모두들 오늘은 일을 일찍 마치자는 오소마츠의 결정에 동의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밥을 먹는 것이 영 껄끄러웠지만, 굶주린 나오코는 규동을 두 그릇째 비우고 있다. 오소마츠는 마냥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6:00 PM.

해가 어둑어둑하게 지고 있다. 편안한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오소마츠는 몸을 쭉 늘리고는 나오코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오소마츠가 피곤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일찍 호텔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나오코도 이런 드문 평화가 좋아서 좀 더 붙어 있기로 한다.

아, 오소마츠는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한다. “우리 한 판 뛰기로 했잖아, 기억나?”

10:34 PM.

한 판 뛰기로 했잖아, 이 똥꼬털 태워먹어버릴 놈아! 나오코는 먼저 잠들어버린 오소마츠에 옆에 누우며 속으로 불평했다. 어쩐지, 평화가 오래갈 일이 없다 싶었다. 한숨을 푹푹 내쉬고 그녀는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웰빙하다 못해 광채까지 나는 느낌의 얼굴에 그녀는 다시 웃음 섞인 숨을 떨리듯이 내쉰다. 흐음, 하고 작게 소리를 내던 나오코는 그의 허리 위에 자신의 팔을 가볍게 올려놓고,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킨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호흡이 안정된다. 

오소마츠는 어두운 방에서 슬쩍 미소를 짓는다.

 


7:02 AM.

오소마츠가 눈을 뜬다. 그는 숨을 몰아 내쉬고, 제 옆의 연인이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고서, 다시 눈을 붙인다.

bottom of page